권동희 노무사가 수행하였습니다.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은 만 50세 노동자의 안타까운 산재 사망 사건입니다. 고인은 현대중공업 지붕을 교체하는 2차 하청업체 소속노동자었습니다. 소위 '강판공'이라고 불리는 업무를 담당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상세 불명의 심정지로 사망하였습니다.
사건의 경과 및 과정
이 사건을 처음 상담할 때 강판공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나중에 직종을 이해하기 위해 법률을 찾아보니, 건설노동자의 통합 직종을 나타내는 기준상 "29. 강구조"에 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1 : 건설근로자의 통합 직종 기준)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사건 노동자의 경우 부검을 하여 '허혈성심장질환'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업무시간이나 업무량이 과로 인정기준을 전혀 충족하지 못하였습니다. 강판공의 업무 특성상 여름에는 05시 30분부터 12시까지만 일을 하고 있어, 발병 전 12주 동안의 업무시간은 40시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현행 만성과로 인정기준은 발병 전 12주의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을 넘거나, 52시간을 초과하면서 가중요인이 있는 경우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 사건이 산재라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보다 고열의 작업에 노출되는 업무 환경에 사망의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중요인 7가지(교대제 등)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고인은 10~20미터라는 중공업 지붕 위에서 철 구조물인 지붕 강판을 교체하는 업무 때문에 고온의 복사열에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즉 고온 작업(고열 노출 작업)은 현행 가중요인(유해한 작업환경-한랭, 온도 변화, 소음)은 아니지만 고인의 사망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인의 유족을 통해 동료들을 섭외해서 직접 온도계를 주고, 9월 말에서 10월 초 8일간의 온도를 직접 측정하고 촬영하도록 부탁해 보았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 지붕 위의 온도는 평균기온을 20도 이상 상회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인의 동료들과의 인터뷰, 유족의 조사 자료 등을 바탕으로 업무 방법, 업무환경, 작업도구, 작업시간 등에 대한 자세한 진술서(확인서)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고인의 업무시간이 과로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업무 강도가 매우 높다는 점, 업무 환경이 추락 등 위험 요인이 매우 크다는 점, 고인이 작업반장으로 업무 스트레스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증명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에서 산재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이 사건은 소송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산재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어서 직업환경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초 산재신청 시 과로 사망 사건에 있어서는 직업환경 의사선생님들의 업무 관련성 평가서를 받지 않는 편이나 이 사건의 중대성과 소송 가능성에 대비해서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현주 교수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김현주 교수님과 서동환 선생님은 온열질환에 대한 자세한 문헌고찰 및 연구를 해주셨고, 고인의 작업 내용, 작업 방법, 작업환경, 기저질환, 예상 기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업무 관련성이 상당하다"라고 명시한 평가서를 발급해 주셨습니다.
이 사건은 여러 어려움으로 준비 기간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되었으며, 2023년 4월에 산재신청을 해서 2024. 1. 17.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위원들의 질문이 거의 없었고, 사건 기록을 제대로 읽지 않은 위원의 엉뚱한 질문도 있었지만, 고인의 업무환경을 마지막까지 증명하기 위해 유족과 함께 참석하여 최종진술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건의 의의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는 "심의 의뢰기관에서 조사한 내용 검토 결과, 사망 전 12주간 주당 평 균 근무시간이 37시간 50분으로 만성 과로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나, 망인의 작업 환경이 고온으로 인해 신체적 부담을 일으키며 부적절한 휴식 환경, 고소작업으로 추락 위험 등을 동반하고 있고, 담당업무 또한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에 해당되어 업무 부담 가중요인이 상당하다고 인정된다"라고 하여 판정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업무상 질병(사망)으로 판정하였습니다.
비록 업무시간은 기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지만, 가중요인에 명시되지 않은 고온의 작업환경을 가장 중요한 사망 요인으로 인정받았으며, 기타 고인의 고된 노동과 업무환경에서 비롯된 가중요인(육체적 강도가 높음, 추락 위험의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업무상 사망이라는 점을 판정받게 된 것입니다.
당초의 저의 예상과 달리 행정소송을 가지 않게 되었고, 최초 청구에서 산재로 인정되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일과사람은 노동자의 산재 인정과 노동자를 위한 산재 제도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끝.
권동희 노무사가 수행하였습니다.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은 만 50세 노동자의 안타까운 산재 사망 사건입니다. 고인은 현대중공업 지붕을 교체하는 2차 하청업체 소속노동자었습니다. 소위 '강판공'이라고 불리는 업무를 담당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상세 불명의 심정지로 사망하였습니다.
사건의 경과 및 과정
이 사건을 처음 상담할 때 강판공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나중에 직종을 이해하기 위해 법률을 찾아보니, 건설노동자의 통합 직종을 나타내는 기준상 "29. 강구조"에 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1 : 건설근로자의 통합 직종 기준)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사건 노동자의 경우 부검을 하여 '허혈성심장질환'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업무시간이나 업무량이 과로 인정기준을 전혀 충족하지 못하였습니다. 강판공의 업무 특성상 여름에는 05시 30분부터 12시까지만 일을 하고 있어, 발병 전 12주 동안의 업무시간은 40시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현행 만성과로 인정기준은 발병 전 12주의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을 넘거나, 52시간을 초과하면서 가중요인이 있는 경우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 사건이 산재라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보다 고열의 작업에 노출되는 업무 환경에 사망의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중요인 7가지(교대제 등)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고인은 10~20미터라는 중공업 지붕 위에서 철 구조물인 지붕 강판을 교체하는 업무 때문에 고온의 복사열에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즉 고온 작업(고열 노출 작업)은 현행 가중요인(유해한 작업환경-한랭, 온도 변화, 소음)은 아니지만 고인의 사망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인의 유족을 통해 동료들을 섭외해서 직접 온도계를 주고, 9월 말에서 10월 초 8일간의 온도를 직접 측정하고 촬영하도록 부탁해 보았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 지붕 위의 온도는 평균기온을 20도 이상 상회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인의 동료들과의 인터뷰, 유족의 조사 자료 등을 바탕으로 업무 방법, 업무환경, 작업도구, 작업시간 등에 대한 자세한 진술서(확인서)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고인의 업무시간이 과로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업무 강도가 매우 높다는 점, 업무 환경이 추락 등 위험 요인이 매우 크다는 점, 고인이 작업반장으로 업무 스트레스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증명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에서 산재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이 사건은 소송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산재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어서 직업환경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초 산재신청 시 과로 사망 사건에 있어서는 직업환경 의사선생님들의 업무 관련성 평가서를 받지 않는 편이나 이 사건의 중대성과 소송 가능성에 대비해서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현주 교수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김현주 교수님과 서동환 선생님은 온열질환에 대한 자세한 문헌고찰 및 연구를 해주셨고, 고인의 작업 내용, 작업 방법, 작업환경, 기저질환, 예상 기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업무 관련성이 상당하다"라고 명시한 평가서를 발급해 주셨습니다.
이 사건은 여러 어려움으로 준비 기간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되었으며, 2023년 4월에 산재신청을 해서 2024. 1. 17.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위원들의 질문이 거의 없었고, 사건 기록을 제대로 읽지 않은 위원의 엉뚱한 질문도 있었지만, 고인의 업무환경을 마지막까지 증명하기 위해 유족과 함께 참석하여 최종진술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건의 의의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는 "심의 의뢰기관에서 조사한 내용 검토 결과, 사망 전 12주간 주당 평 균 근무시간이 37시간 50분으로 만성 과로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나, 망인의 작업 환경이 고온으로 인해 신체적 부담을 일으키며 부적절한 휴식 환경, 고소작업으로 추락 위험 등을 동반하고 있고, 담당업무 또한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에 해당되어 업무 부담 가중요인이 상당하다고 인정된다"라고 하여 판정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업무상 질병(사망)으로 판정하였습니다.
비록 업무시간은 기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지만, 가중요인에 명시되지 않은 고온의 작업환경을 가장 중요한 사망 요인으로 인정받았으며, 기타 고인의 고된 노동과 업무환경에서 비롯된 가중요인(육체적 강도가 높음, 추락 위험의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업무상 사망이라는 점을 판정받게 된 것입니다.
당초의 저의 예상과 달리 행정소송을 가지 않게 되었고, 최초 청구에서 산재로 인정되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일과사람은 노동자의 산재 인정과 노동자를 위한 산재 제도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