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과로질병청소노동자 심근경색 사망 산재 승인 사건


권동희 노무사가 수행하였습니다. 


사안의 개요


이 사건 노동자는 입사 첫날 3시간 정도 일한 이후 쓰러져 지나가는 행인에게 발견되었으며, 이후 함께 일하던 동료가 119에 신고하였으며, 안타깝게도 익일 00시 58분경 심근경색을 원인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사건의 쟁점


당해 노동자는 입사 첫날인 2023. 11. 24. 19시부터 일을 하였습니다. 업무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무입니다. 중구청이 위탁한 청소업체에 소속되어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사건 당일 전날에 비해 10도 이상 하락한 추운 날씨였으며, 3시간여 재활용 쓰레기 수거라는 강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병한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이 업무상 재해(질병)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사건을 수임할 당시 돌발 과로에 해당하지 않을까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기존 질환의 유지 관리 여부 또는 기존 질환으로부터의 악화가 3시간의 짧은 업무로 인해 인정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한 마음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가. 업무에 대한 객관적 자료 검토와 동료 면담, 현장실사를 했습니다.  


환경미화원 노동자에 대한 근골 사건을 해 본 수행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무가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존 지자체의 실태조사 및 각종 연구 자료를 살펴보았고, 특히 여러 언론 기사를 검토해 보았습니다. 특히 SBS의 2017년 기획보도 기사들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오히려 연구 자료보다 더 현장을 살펴본 좋은 기사였습니다.



머리로 자료를 검토한 이후 직접 노동자를 만나려 했지만, 재해노동자는 민간 업체 입사 첫날 사망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아니었으며, 회사와의 관계상 동료들이 인터뷰와 접촉을 피했습니다. 특히 당일 같이 일했던 노동자들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가까스로 전 지회장과의 면담을 진행할 수 있었고, 1차 면담-2차 확인서 사인을 위해 면담 등 2번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정말 바쁘신 시간을 내주셔서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인이 직접 담당했던 황학동에 가서 지역을 돌아다니며 재활용 쓰레기를 뒤졌습니다. 당해 지역에 많이 나오는 재활용 쓰레기가 무엇인지 그 특징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가서 청소노동자와 수거차량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린 지 1시간도 안되어 재활용 청소차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고, 뒤에서 따라가면서 일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게 직접 일하는 모습을 빨리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날 노동자는 직접 운전도 하고 쓰레기도 치우는 1인 2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무는  통상 차량 운전자 1인, 수거하는 노동자 2인 총 3명으로 구성되었지만, 그날은 혼자서 위태롭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재활용 쓰레기를 높이 들어 올려 던지는 모습뿐만 아니라 차량 뒤에서 추락 위험을 안고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분들의 고된 노동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업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제 생각(산재가 맞다)에 보다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 돌발 과로에 대한 논리 구성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산재법 시행령 및 고용노동부 고시에 부합한 사건 구성이 중요합니다. 현재 시행령은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 경우"로 규정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고시(제2022-40호)는 " 증상 발생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병변 등이 그 자연경과를 넘어 급격하고 뚜렷하게 악화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공단 지침은 아래와 같이 예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예시 마지막 사항에 부합하는지입니다. 예시상 1. 갑작스러운 육체활동을 하거나, 2. 육체적 강도가 심한 업무를 수행한 경우, 3. 폭염 환경에서 옥외작업을 수행하는지입니다. 당해 사건은 재활용 쓰레기 수거원이라는 강도가 높은 업무이지만 폭염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은 예시 1, 2의 충족 여부가 사실상 쟁점이었지만 이것만 충족한다고 해서 공단에서 인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폭염 환경에 준하는즉, 당시 한랭 상황이었다는 증명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사건으로 돌아와 돌발 과로 가 인정될 수 있는 요건들, 즉 온도, 업무 강도 등에 대한 세부적인 논리와 자료 검토를 하였습니다. 온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온이 아니라 체감기온 즉 풍속과 연관된 체감온도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또한 업무에 대한 기존의 자료뿐만 아니라 실제 그 지역에서 일했던 동료들의 구체적인 증언에 기반한 업무 강도에 대한 상세한 접근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의학적 연구에 기반한 내용을 구비하기 위해서 대학병원 직업 환경전문 의사의 도움(업무 관련성 평가서)도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매우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좋은 평가서를 작성해 주셨습니다. 이후 법률적 의학적(직업 환경의학적)인 서면과 증거, 논리 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 사안의 의의


당해 사건은 2025. 1. 6. 서울북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개최되었고, 2025. 1. 7. 오전 공단 서울지역본부로부터 산재 승인 통지를 받았습니다. 판정위원회가 개최되기 전 2번 정도 사건을 다시 검토했고, 약점(기존 질환, 짧은 업무시간 등)에 대해 유족과 다시 대응 논의를 하였습니다. 판정위원회에서는 여러 질문이 나왔고 다행히 제가 예상했던 범위안의 질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함께 참여했던 유족은 산재가 안되는 것으로 매우 낙담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혼자 생각했지만, 결과를 이렇게 빨리 통지받는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일단 이 사건은 일단 3시간의 짧은 노동시간에 발생한 심장질환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판정위원회에서도 개인적 소인에 의한 발병으로 본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다수 의견은 저의 논리대로 '면접 후 다음날 출근하여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와 함께 야간근무, 육체적으로 힘든 일, 한랭한 환경에 따른 온도 변화 등 가중요인에 노출된 특성을 고려할 때 고인의 사망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청소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실태를 매우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위탁업체 청소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업무와 추위 노출, 야간근무 등 열악한 작업환경에 종사하고 있지만 사업주의 보호 조치가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을 검토하면서 고인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던 노동자가 비슷한 환경(추위 노출, 강도높은 업무)이 인정되었지만 12주의 업무시간이 과로기준(52시간)에 미달한다고 하여 산재가 불승인된 판정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이 사건은 겨울철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과 제도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59조의 한랭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장소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겨울철 옥외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조치와 기준을 하루빨리 정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이 사건을 수행하면서 항상 보고 있지만 우리가 지나치는 청소노동자의 고마움을 다시금 느꼈으며, 옥외 야외 작업을 하는 환경미화 노동자의 고통과 아픔을 조금은 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없다면 우리가 이렇게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는 없겠지요. 하루빨리 청소노동자의 야간 노동이 없어져야 합니다. 저녁에는 그분들도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일과사람은 노동자의 산재 인정과 명예회복, 그리고 노동자를 위한 산재 제도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