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과로질병크레인 노동자 심정지 산재(유족급여) 승인 사건


권동희 노무사가 수행하였습니다. 


사안의 개요


당해 사안은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 기사로 근무 중 갑작스럽게 심장정지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사망한 사건은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 및 장례비 청구'를 해야 합니다. )


사건의 경과 및 과정 


1. 사망의 원인이 명확한가. 


당사자인 노동자는 현장에서 쓰러져서 응급조치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습니다. 병원에서 사망했고, 사인이 추정되기 때문에 사망진단서가 발급되었으나 유족들은 보다 명확한 사인을 규명하고자 경찰서를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요청했고, 부검에서 보다 명확한 사안이 추정될 수 있었습니다.  유족들의 선택은 매우 현명한 것입니다. 사망진단서의 사인이 일반적인 심장정지로 기재되거나 병원 내원전 사망한 경우 사체검안서가 발급되는 경우 등에는 사망의 원인을 과로성 질환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입니다. 사인이 미상인 경우 등은 1차적으로 지사에서 조사한 뒤 공단 본부의 '업무상질병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치게 됩니다. 이 자문위원회에서 뇌심 질환으로 추정이 가능한 사건만 사실상 '산재 승인 여부'사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참고 : 사인미상 사건 업무처리지침 :  https://blog.naver.com/cpla1004/222300268265 )



2. 과로 스트레스가 명백한가? 만성 과로의 가중요인이 명백한가?


당해 사안은 건설업의 특징과 문제점을 그대로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원청인 A엔지니어링은 고인의 2개월한 출입기록 이외 어떠한 자료나 협조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청 건설인 A건설사 또한 적극적 협조를 거부했습니다. 나중에 A엔지니어링은 고인의 사망이 산재와 무관한 개인적인 질환으로 인한 질병이라는 취지의 보험가입자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또한 업무시간(근무시간)은 주 40시간에 불과하다고 하여 과로 및 스트레스, 업무가중요인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은 고인의 업무수첩과 핸드폰 자료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고인의 핸드폰은 통화 자동 녹음 기능이 있었고, 고인이 동료, 회사 관계자, 가족 등과 통화한 기록이 다수 남아 있었습니다. 통화 녹음을 수십 개를 일일이  들어보고, 앱을 통해 내용을 정리한 뒤 핵심적인 증거가 될만한 것들을 추려서 녹취록으로 만드는 지난한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제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재심사위 사건을 보면, 일부 대리인들이 앱 등을 통해서 녹음을 풀어서 정리하는 것까지만 수행하고, 실제 속기사를 통해서 녹취록으로 만들어 제출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경우를 가끔 봅니다. 증거판단의 선택은 결국 위원이 하는 것이지만 정식 녹취록을 만들지 않고 임의 녹취록을 제출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중요한 자료일수록 반드시 비용이 들더라도 녹취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화 녹음 등 핸드폰 자료를 기초로 실제 업무시간이 근로계약서와 달랐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12주 평균 1주의 업무시간은 52시간을 초과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평균 1주의 업무시간이 48시간을 상회하는 점, 사망 전 2주간의 업무시간이 증가한 점, 불규칙한 조출-야간의 교대제에 상당 기간 노출된 점 등을 정리하고 증거화할 수 있었습니다.  조출-야간 업무를 약 8주간 수행했고, 이후 4주간 일상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가중요인 중  '교대제 업무'로 볼 수 있을지 여부가 쟁점이었지만, 저는 충분히 이런 경우도 '교대제 업무'로 봄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고인이 토요일에 불규칙한 근무를 수행한 점을 근거로 "근무 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도 강조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크레인 운전 노동자의 업무 특수성에 대한 고찰과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재해 노동자의 업무와 그 특수성에 대한 이해는 가장 필요하고, 산재 사건 수행을 위한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크레인 기사 업무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규칙상 사고의 위험성이 크며, 안전 작업에 대한 여러 규정, 가이드 등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여러 재해사례에 대한 검토와 더불어 회사의 안전 지시 등을 종합적으로 구성하여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로 구성 정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크레인 기사의 업무를 바로 옆에서 고찰하고 조사할 수는 없었고, 현장 접근 자체가 불가했기 때문에 거주지 인근 건설 현장에 크레인 작업을 하는 곳에 가서 관찰하고 조사하였습니다. 또한 부족한 작업 영상이나 자료는 최대한 인터넷 등을 검색해서 고인이 운전했던 100톤 크롤러 크레인 운전업무의 특수성, 크레인과 함께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항타기, 작업조건 등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뇌심 판정 지침(2021-03호) 상 타워크레인 운전자의 업무를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로 판정한 사례(별표 4) 예시와의 동일성을 강조했습니다. 


2개월 반의 집중적인 조사, 연구, 증거 작업 및 서면 작업을 통해서 약 30페이지의 유족급여 청구 이유서와 20호 증의 증거 264페이지를 완성하여 2024. 7. 15. 공단 평택지사에 제출하였습니다.


3. 사건의 의의 


사건 담당 평택지사 차장님은 제출된 유족급여 청구서 및 증거자료에 충분한 주장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고, 문답서 이외 특별한 유족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회사의 보험 가입자 및 문답서 제출도 1회에 마무리하였습니다. 다만 보험 가입자의 의견서를 처음에 주지 않으려고 해서(건설회사 원청은 제3자에 해당되므로 정보공개 신청을 하면 판단하겠다는 취지), 제가 요양업무처리 규정상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득하여 이를 수령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해 보완 논리를 보다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24. 9. 3. 개최된 판정위원회에서 유족과 함께 참여하여 최종 진술을 하였으며, 쟁점이 되는 '업무시간 계산 시 휴게시간 공제 범위' 및 가중요인 등에 대해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제시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원청 및 하청의 도움이 없었고, 오히려 방해하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판정위원회에서 과로성 재해로 산재로 승인된 것에 가장 큰 의의가 있습니다. 건설 현장의 다양한 노동자 중 '건설기계 운전 노동자'의 산재 라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특히 업무시간에 대해서도 일관된 녹취록 상의 증거가 있다면 이를 근거로 해서 업무시간 산정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판정위원회에서 이끌어 냈고, 이를 통해 만성 과로에 준하는 업무시간이었던 점, "교대제 및 근무 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로 평가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재해자의 업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준비, 증거를 통해 "정신적 긴장이 높은 업무"로 판단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일과사람은 노동자의 산재 인정과 노동자를 위한 산재 제도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끝.